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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카페인 함량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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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문화연구자 지윤

Tea Culture Writer & Researcher

영국 홍차의 전통부터 러시아 사모바르, 아시아의 녹차와 우롱차까지 — 세계 각국의 차(tea) 문화를 탐구하고 기록합니다.

  • 10개국 이상 현지 티룸/차 박물관 탐방
  • 티 테이스팅 & 티 클래스 수료 다수
  • 차 문화·역사 원서/문헌 꾸준히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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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카페인 함량

차의 카페인 함량을 표현한 이미지
차의 카페인 함량을 표현한 이미지

차의 카페인 함량은 차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늘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차는 본래 카페인을 포함하고 있으며, 종류와 가공 방식, 우리기 방법에 따라 그 함량이 달라진다. 카페인은 각성 작용을 일으켜 집중력을 높이고 피로를 줄이는 효과가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과다 섭취 시 불면증이나 신경 과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차 종류별 카페인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건강하게 차를 즐기기 위해 중요한 요소다.

녹차는 발효되지 않은 차로, 일반적으로 카페인이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어린 찻잎을 사용할수록 카페인 함량이 높아질 수 있다. 일본의 말차는 잎 전체를 곱게 갈아 사용하기 때문에 잎의 성분을 그대로 섭취하는 셈이 되어 카페인 함량이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일반적인 잎차 형태의 녹차는 우리기 온도와 시간에 따라 카페인의 추출량이 달라져 비교적 부드럽게 조절할 수 있다.

홍차는 완전히 발효된 차로, 카페인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아침에 마시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나 얼그레이 같은 홍차는 강한 풍미와 함께 확실한 각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서양에서는 홍차가 커피와 함께 주요한 카페인 음료로 자리잡았으며, 우유와 설탕을 함께 넣어도 카페인의 효과가 유지되기 때문에 하루의 시작을 깨우는 음료로 사랑받는다.

우롱차는 발효 정도가 중간에 해당하는 반발효차로, 카페인 함량 역시 녹차와 홍차의 중간 정도다. 발효와 가공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은은한 각성 효과와 함께 장시간 마셔도 부담이 적은 편이다. 대만의 고산 우롱차나 중국 푸젠성의 철관음은 카페인 특유의 강한 자극보다 향과 맛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아, 차를 즐기면서도 비교적 안정감을 준다.

백차는 어린 싹이나 여린 잎을 건조해 만든 차로, 카페인이 낮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수확 시기와 잎의 부위에 따라 함량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는 부드럽고 은은한 향미 덕분에 카페인의 자극이 적게 느껴져, 늦은 저녁에도 부담 없이 마시는 경우가 많다.

흑차, 특히 보이차는 후발효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발효 과정에서 카페인 함량 자체가 줄어들기보다는, 장기간 숙성을 통해 맛이 부드러워져 체감되는 자극이 약하게 느껴진다. 숙차는 위에 부담을 덜 주기 때문에 카페인이 있음에도 안정감을 주며, 중국에서는 소화를 돕는 차로 오랫동안 애용되어왔다.

한편 허브차는 찻잎이 아닌 다양한 식물의 잎, 꽃, 과일, 뿌리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대부분 카페인을 함유하지 않는다. 카모마일, 루이보스, 히비스커스, 페퍼민트 같은 허브차는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 다만 녹차나 홍차를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허브를 첨가한 블렌딩 차의 경우 카페인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차의 카페인 함량은 동일한 종류라 해도 우리기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뜨거운 물일수록, 우리기 시간이 길수록 더 많은 카페인이 추출된다. 반대로 낮은 온도의 물로 짧게 우리면 카페인 추출량이 줄어들어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찬물에 오랜 시간 우리어 마시는 ‘콜드 브루 티’가 인기를 끄는데, 이 경우 카페인의 추출이 줄어들어 민감한 사람도 부담이 적다.

차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커피의 카페인과 달리 테아닌과 함께 작용해 보다 완만한 각성 효과를 준다고 알려져 있다. 테아닌은 뇌에 진정 작용을 해 긴장을 완화하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그래서 차를 마셨을 때 카페인의 자극은 있으면서도 불안하거나 초조한 느낌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이 점이 차가 오랫동안 학문과 명상, 사색의 동반자로 사랑받아온 이유이기도 하다.

정리하면, 차의 카페인 함량은 종류와 가공 방식, 잎의 부위, 그리고 우리기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녹차와 홍차, 우롱차, 백차, 흑차는 모두 카페인을 포함하지만 정도에 차이가 있으며, 허브차는 대부분 무카페인으로 구분된다. 차의 카페인은 커피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용해 보다 온화하고 지속적인 각성을 제공하며, 이는 차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우리기 조건을 조절하거나 허브차를 선택함으로써 부담 없이 차 문화를 즐길 수 있다.